지난 주 토요일 한국교원교육학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눈이 무척 많이 내리는 날이어서 양재시민의 숲 역에 내려서 더케이 호텔까지 걸어가는 내내 길에 꽤 쌓인 눈을 조심스레 밟고 가느라 조심조심하였다. 세미나의 두번째 세션의 토론자였기에 나는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토론장을 찾아갔다. 우첼로 룸이라는 곳에서 조촐하게 열댓명 남짓한 인원이 모인 자리였지만, 참가자들은 매우 열성적으로 발표 및 발언을 하였고, 덕분에 원래 일정보다 훨씬 저녁 식사 시간이 늦춰지게 되었다. 발표나 토론을 맡지는 않았지만,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과 서혜정 경기도 정책기획관도 함께 참석하였다.
수석교사제에 대한 토론을 본의 아니게 지난 한선재단의 세미나에 이어서 다시 맡게 되었다. 사실 수석교사제에 대한 시각은 일선 교사들과 수석 교사들 그리고 교육부와 교육 전문가들 모두 저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날 그러한 시각 차이를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현 초등과 중등 수석교사 회장을 맡고 있는 두 교사의 발표는 전반적으로 교육부에서 더 적극적인 권한 부여를 해줄 것을 요청하는 요지였고, 이에 대한 정근형 교사의 토론 발언은 일선 학교에서 수석 교사의 존재가 여전히 제대로 확립된 위상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잘 반영하였다.
나는 ‘더 좋은 수업이란 무엇인가’는 교육 철학의 영역이며, 그 객관적인 평가가 결코 쉽지 않은 점이 수석 교사제 안에 자리 잡은 핵심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교사가 '배우는' 과정을 단순히 연수 이수만으로 정량화하는 교육계 현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관주도의 관료제 중심 사회인 한국에서, 수석교사가 교사 조직 내에서 단순한 또다른 상위 직급으로 단순히 머물지 않고 진정한 '수업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교사들 간에 보다 지적인 가치를 높게 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 발언은 사실상 지적 경쟁 혹은 지식 시장이 척박한 한국 사회 풍토에서 교직 사회가 총대를 매고, 보다 "지적인 개인(intellectual individuals)"으로 구성된 모델 집단의 역할을 해나가야 함을 말한 셈이었다. 말해 놓고 보니, 다소 이상주의적인 발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어쩌면 회의적 낭만주의자에 가깝지 않은가 싶다.
반면 교수들은 수석교사의 역할을 좋은 수업을 위해 공부하는 교원 공동체의 팀장 역할로 인식하였다. 한국에서 수석교사제를 도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이날 기조 강연을 맡은 정영수 교수가 그러한 인식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 정영수 교수는 수석교사는 단위 학교에서 교사들이 좋은 수업을 위해 정진해 나가는 기계의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엔진이 꺼지게 되면 교육은 에너지를 잃고 쓰러지게 된다는 비유를 하였다. (그의 기계론적 시각이 나의 낭만주의적 시각과 묘하게 대비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수석 교사제에 대한 희망적인 시각이든 우려스러운 시각이든 참가자들 모두 한국의 공교육이 그 실질에 있어서 보다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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