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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Baeminteacher

그림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





IMS Story 에세이 in 지중해지역원 


(2024.10.24 업로드)









그림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


 

어쩌면 이 글은 지중해와 그다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글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래의 글 속에 나오는 한 독일 의사의 생애 중 한 부분이 20세기 전반 the Mandate for Palestine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어서 그 독일 의사의 그림과 관련된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추억을 짧게나마 적어보고자 한다.


2013년에 “우리 안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할 때 책 표지 그림을 무엇으로 할 지 한동안 고민했었다. 나의 첫번째 책이어서 내가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으로 고르고 싶었기 때문에 출판사에 내가 결정한 그림으로 표지 디자인을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실제로 내 첫 책에서는 표지 그림 뿐 아니라 속지 삽화도 내가 선정한 William Morris의 디자인들로 꾸몄다.


그렇게 책의 표지에 넣을 그림을 찾다가 만나게 된 그림이 Fritz Kahn의 그림이었다. 왠지 어렸을 때 본 적 있는 듯한 묘한 기시감이 한 몫 하기도 했지만, 작가의 이력이 더욱 이 그림에 끌리게 만들었다.



Fritz Kahn (1967)

 

Fritz Kahn (1888–1968)은 유대계 독일인 부모로부터 태어나 베를린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1913년에  의사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그는 처음에는 미생물학 연구를 하다가 여러 다양한 과학과 철학 주제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기상학(meteorology)에 더 흥미가 생겨 극지방과 사막의 탐험 활동에 심취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1930년대 초반 유대인 박해가 심해지는 속에서 그의 책이 불태워지고 더이상 의사로 활동하기 힘들게 되자 독일에서 팔레스타인으로 가족들과 함께 이주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하리파(Harifa)에, 그리고 나중에는 예루살렘에서 의사로 개업하였다. 이 British Mandate 시기에 그는  과학과 의학, 위생 등에 관한 주제로 대중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전시회를 가지기도 했고 신문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후 2차 대전을 앞두고 재혼한 아내와 함께 유럽에 다시 돌아와 프랑스 파리에서 머물다가 1941년에 아인슈타인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이후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 스위스와 덴마크를 번갈아 가며 거주하였다. 미국에 정착했을 무렵부터 그는 의학과 생명과학에 대한 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수많은 대중 강연과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의 그림들은 주로 그의 구상에 따라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그림들인데, 인간의 몸을 완벽하게 창조된 기계로 보는 관점을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2012년 초에 내가 Fritz Kahn 그림들의 저작권을 가진 Uta von Debschitz 씨에게 처음 보낸 메일은 다음과 같았다.

“I‘d  like to ask you how I could get permission to use the poster image “Der Mensch als Industriepalast” in my book. I am planning to publish my work (its title isn’t yet confirmed), which is written about a theme in the field of medical humanities. I am a graduate student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now, and a high school teacher in Seoul. The language that is used in my work is Korean, and  my book will be published in Korea for Korean readers.”


이후 몇 차례 오고 간 메일들의 결과 최종적으로 그녀가 보내온 메일의 내용은 정중한 거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서툴고 치기 어린 시도였지만, 그 시절의 나는 나름 진지했었다.


 



결국 나의 첫 책의 표지 그림은 저작권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19세기 프랑스 화가의 그림으로 선택하였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그림이 아니면서 전원적이고 차분한 느낌의 그림을 찾던 내 기호에 잘 맞는 그림이었다. (상단의 책 표지 사진 참조)

Fritz Kahn의 그림을 소개하는 책으로는 2009년에 Springer 출판사에서 그의 그림들을 묶은 단행본으로 출간된 바 있으며, 작년에 new edition으로 독일의 Taschen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하단의 책 표지 사진 참조).


 



 

또한 그의 그림과 관련된 academic monograph로는 Michael Sappol의 Body Modern: Fritz Kahn, Scientific Illustration, and the Homuncular Subject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7)이 있다. (하단의 책 표지 사진 참조)

 

 

 







   

*사실, 이 글은 예전 나의 personal blog에 '그림에 관한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올렸던 글을 지중해지역원 웹사이트의 에세이 코너에 올리기 적합한 형태로 - 지중해 역사와의 연관성을 강조하여 - 조금 다듬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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