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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Baeminteacher

바람이 불지 않는 도시





바람이 불지 않는 도시



위 제목은 사실 작년 가을 내가 본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느낌이다. 9월 초 마포에 있는 도서관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외부온도는 25도였고 도서관 열람실 온도는 25도였는데, 열람실 창문은 모두 닫혀있고 에어컨이 작동 중이었다. 아직 더운 날씨에 창문을 모두 닫아놓았으니 실내 온도가 올라갔을 터이고 사람들은 에어컨을 돌렸을 것이다. 나는 가까운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공부했는데, 한두 시간 즘 후 내가 모르는 사이 이미 그 창문은 누군가에 의해 닫혀있었다.


공기는 단순한 ‘건강’ 차원을 넘어서, 근대사의 쟁점 중 하나이기도 해서, 19세기 유럽에선 fresh air가 social reform을 위한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현대의학에서도 발암 기전에 대해 유전성인지 대사성인지 학문적 논란은 있지만,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몸의 세포는 암세포로 변화하는 확률이 상승하게 된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사회에선 건강의 기본 원칙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순간적인 편안함을 택하는 다수의 모습 속에 찾아볼 길이 없다.


사실 멀리 갈 것 없이 이런 현상은 학교에서도 벌어졌다. 작년 가을 교실 창문을 열고자 했던 내 행동은 번번이 학생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겨울이 다가오면서 추위와 미세먼지로 인해, 창문을 열고 싶어도 열수 없게 되어 버렸다.


나는 자주 사람들의 태도에서 나타나는 근시안적이고 단기적인 시각과 태도에 주시한다. 근시안적 생활의 편안함만을 좇다보면 궁극적으로는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고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학생들의 공부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수시비율이나 절대 혹은 상대 평가 등과 관계없이, 교과 과목 공부에서 교과서 읽기(독해)가 가장 ‘제대로 된 공부 방법’임을 한국의 학생들은 간과한다. 문과 과목에서조차 교과서를 정독하면서 공부하는 학생을 찾기 힘들다. 학생들은 각종 참고서의 저자들이 독해하고 분석, 정리해서 떠먹여주는 이유식에 길들여져 있는 모습이다. 단기적 성적 상승에 매몰된, 기출문제 해석과 문제풀이 위주의 근시안적 공부 방식이 제도권 교육인 학교 교실 안에서 조차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제대로 된’ 공부 그리고 건강의 원칙 등이 한국에선 외면 받거나, 오히려 비정상으로까지 몰리고 있지만, 당장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기본 원칙에 충실한, ‘제대로 된’ 공부 혹은 건강 습관은, 사실 장기적으로 보면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다. 삶의 어느 영역이든 애당초 기본 원칙(정석)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러한 원칙들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임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교사 배민




월간숭의 4월호 (20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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