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인사동에 있는 작은 피자집에서 열린 복거일 소설가의 출판 기념회에 다녀왔다. 주최를 한 펜앤마이크와 자유기업원, 대한교조와 모두 인연이 조금씩 있었기에 초대에 응해서 찾아간 것이었지만, 당일날 행사장에는 예상한 데로,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낮익은 얼굴들이 많았지만, 김정호 교수님과 최승노 원장님에게만 간단하게 인사를 드린 후 나는 조용히 구석에 있는 한 테이블에 다른 일행들과 서먹하게 앉아 먼발치에서 행사를 구경하였다. 정규재 주필이 사회를 보고 있었고 이영훈 교수와 조갑제 기자, 민경국 교수등 찾아온 손님들을 마이크로 소개하고 있었다. 그 중 일부는 자유 우파 진영에서 언론에 많이 알려진 이른바 스타 급의 인사들도 꽤 있었는데, 사람들은 핸드폰을 꺼내어 그들의 모습을 사진 찍기도 하였다. 나중에는 박민식 국가 보훈부 장관이 거의 인터뷰하듯 기념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부터 요즘 이슈가 된 광주의 정율성 기념공원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장관의 말을 경청하였다.
하지만, 내가 그 기념회에 찾아간 주된 목적은 그 날의 주인공인 복거일 작가를 처음으로 한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복거일 작가와 책을 낸 적이 있다... 고 말하면 좀 과장이고, 그를 포함한 다수의 저자들과 함께 공저로 책을 내는 데 참여했었다. 자유기업원에서 출판한 <자유의 순간들> (지식발전소, 2022년)이 그 책인데, 물론 복거일 작가는 내가 누군지 모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단지 자유 우파의 소설가가 신간을 냈다고, 그리고 그와 공저로 책 출간에 단지 참여했었다는 이유로 그의 출판 기념회에 내가 찾아갔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11년에 간암을 선고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치료를 거부하고 집필에 더욱 몰입하였다.
나는 그의 그런 모습에서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한 개인주의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그런 진정한 개인주의자가 몇명이나 될까.
내가 작년 <자유의 7가지 원칙> (지식발전소, 2022년) 출판 기념회에서 얘기했었다. 한국 사회는 애당초 개혁이 필요하기보다 계몽이 필요한 사회였다고. 김정호 교수는 나의 그 말에 적극 동의하였다.
그런 한국 사회에서 복거일 같은 사람을 보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그리고 자기 편을 많이 거느린 사람이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고 강한 사람은 자신의 운명에 맞서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넘쳐나는 자신감이 아닌, 고요히 내면에 충만한 자신감.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운명에 맞서 용기있게 분투하는 인생을 살아내고 싶다.
출판 기념회에서 복거일 작가는 앞으로 <물로 씌어진 이름>은 2/3 가량이 더 남아 있고 자신은 죽는 순간까지 이 책을 계속 집필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의 인생의 노고를 담은 그 작품이 모두 완성되고 그리고도 그가 더 자신의 남은 생을 누릴 수 있기를 응원하며 기념회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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