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국사학회 발표 (2023.10.21)
2. 대한의사학회 정기학술대회 참가 (2023.11.03)
이번 의사학 가을 학술대회는 학교를 끝나고 가느라 5시가 거의 다되어어서야 참가하였다. 고속터미널역에 내려서 가톨릭대 성의회관에 찾아가는데 주변 풍경 속의 나무들이 노랗고 빨간 단풍들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하루 종일 흐리던 하늘에선 결국 내가 거의 건물에 다와 갔을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방 속에 넣어둔 우산을 꺼내어 펼치고 조금 걷다 보니 회의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나처럼 의학사(history of medicine) 분야 안에서 영국사를 공부하는 연구자를 만나기는 쉽지않다. 내가 영국사라는 분야에 이끌리게 된 것은 홍익대 역사교육과 학부 시절 서양사를 담당하시던 김민제 교수님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내게 의학사라는 학문분야를 소개시켜 주신 분도 김민제 교수님이었다.
그날 학술대회에선 영국사학회에서 만났던 교수님 한 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10월 하순에 열린 영국사 학회에서 처음 뵈었던, 신라대에서 서양사를 연구하시다가 퇴직하신 김명환 교수님(위의 단체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이었다. 내가 연구해온 19세기 영국 의학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의 의학사 연구에 관심을 보이셔서 대한의사학회의 학술대회가 열리는 것을 소개해드렸는데, 11월 3일 의사학 학술대회에 오셨고 그날 학회 뒤풀이 때 의사학 연구자분들께 교수님을 소개시켜 드렸다. 그리고 뒤풀이 후에 교수님과 따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민제 교수님과 김명환 교수님 두분 다 영국사학회 회장을 예전에 역임하셨다. 나는 김민제 교수님의 안부도 전해드릴 수있었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가을은 1년 중 가장 슬픈 계절이다. 봄이 오면 우울하고 침잠했던 기운에서 벗어나 초록색 나뭇잎들의 맑음과 환한 봄햇살의 온기에 내가 살아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과 대비된다. 벌써 입동이라니..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을 맞이하는 것만 남은 셈이다.
어제 나에게 질문을 던지신 경희대 철학과의 한 교수님이 철학에서는 낭만주의(romanticism)의 존재가 그리 크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의학사를 공부하고 의철학을 공부하는 나는 내가 연구하는 주제 때문인지 19세기 유럽의 낭만주의에 깊숙이 발을 들이게 되었다. 어쩌면 무엇보다 내 인생 자체가 낭만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쇼팽과 슈만같은 낭만파 작곡가들의 음악을 집에 있던 클래식 엘피판으로 들으면서 심취했던 중학교 때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괴테의 '동화'라는 소설을 유난히 좋아했던, 감수성 예민하던 중고등학교 때의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낭만주의는 지금도 내가 하는 공부를 통해 나를 끌어들이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튼 내 인생이 낭만주의와 이런 관계를 가지게 될 줄은 치대를 다니던 때나 교사로 일하기 시작하던 때나 예전엔 상상도 못했다. 그런 걸 보면 영국사, 의학사를 거쳐 공부를 통해 묘하게 다시 어린 시절의 내 감성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올 가을엔 가을비가 참 자주 내리고 있다. 그래도 가을비가 내리니 더욱 가을색이 완연하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땐 못 느꼈었는데, 낭만주의 피아노 곡들은 봄보다 가을에 듣는게 제격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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